김정일의 때늦은 후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주민 의·식·주(衣食住) 문제의 어려움을 시인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그런 언급을 주민에게 직접 알렸다는 사실과 함께 겹겹으로 이례적이다. 북한의 이른바 헌법이 북한 자체가 그 영도 아래라고 천명한 노동당의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수령님(김일성 주석)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우리는 같은 노동신문과 조선인민군+청년전위 3개지의 신년 공동사설이 ‘강성대국’을 언급하긴 했지만 그 목표시한으로 설정해온 ‘2012년’이 자취를 감춘 사실 또한 유의하며, 자국을 지상낙원쯤으로 선전하고 ‘최고지도자 무류(無謬)’를 강변해온 북한 당국이 내부의 변화 조짐을 드러내고 있으며, 그 기본 취지는 경제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현실 인식의 반영일 것으로 미뤄 짐작하고 또 기대한다. 3개지 공동사설 제목도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로 한 사실, 김 위원장이 새해 첫 공개활동으로 군부대 대신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현장, 재령 광산, 예성강 발전소 건설현장 등을 찾은 일련의 행보도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이후 후유증이 더해지는 경제 실상 때문으로 비친다.우리는 북한의 활로는 선군(先軍) 아니라 선민(先民)밖에 없다고 지적해왔다. 연초 김 위원장의 주민 의·식·주 문제 언급 등이 선민으로의 정책 선회를 의미하고 그것이 진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핵과 대량파괴무기 집착을 거둬들여야 할 것임을 거듭 강조한다.[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