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

작년 연말 국회에서 보여준 야당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민주정치는 결국 다수결이 원칙이다. 협상이 안 되면 다수결을 승복해야 한다. 그렇게 반대했던 신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순간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 피켓을 들고 도열해서 그 예산안을 환송(?)하는 듯했다. 국민의 눈총 때문인지 이번에는 의장석을 침범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으로 기나 긴 연말 국회의 극한투쟁은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이와 같은 극한투쟁은 이번으로 끝내고 이제부터는 전략을 바꿔야 한다. 지금의 이 대통령은 지난날 야당의 극한투쟁 대상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 야당의 극한투쟁은 명분이 뚜렷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승만 대통령은 종신 집권을 위한 사사오입 개헌을 강행함으로써 당시 민주당에 극한투쟁의 명분을 주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5·16 군사 쿠데타에다 3선 개헌, 유신 체제 구축 등으로 당시 야당의 극한투쟁에 강한 명분을 주었다. 그때의 야당은 정부가 하는 일은 무조건 반대해도 국민이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그때는 투쟁의 대상이 독재자라는 데 국민이 공감했기 때문에 심지어 경부고속도로 건설까지도 반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대통령은 민주화가 완성되고 난 후 벌써 세 번째로 선출된 대통령이다. 그것도 유례가 없는 국민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런 대통령을 독재자로 몰아붙인다면 국민이 공감하겠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작고하기 얼마 전에 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투쟁해야 한다고 야당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그 말 한마디로 독재자 아닌 사람이 독재자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은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훈에서 벗어나서 이 시대에 맞는 투쟁전략을 지혜롭게 짜서 국민의 가슴에 와 닿는, 그래서 차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을 세워주길 바란다. 제발 정치도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는 나라 수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