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없다 감상평

이 영화의 스토리 텔링은 선과 악을 명확히 규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인물 구조와 긴박한 사건 전개, 그리고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관객를 배신하는 결말까지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영화의 원작을 잘 쓰여진 소설로 보았다면 아마 좀 더 재밌게 봤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류승범의 연기도 괜찮은 재미였는데 외형적으로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지만 누나의 죽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따라 연쇄 살인범이 된 인물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류승범은 앞으로의 연기 스펙트럼도 기대해 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괜찮은 재미를 가지고 있던 영화의 네러티브를 해친 요소는 무엇이었을까요?

결론적으로 인물의 리얼리티 부재와 사건전개의 비약입니다.

 원글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법의학자라면 사체가 동일인의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로서 딸의 몸을 부검하는데 특징(점이나 흉터)도 발견하지 못한 법 의학자 아버지는 이상합니다. 차라리 그부분에서 복선이 깔렸다면 좀 더 설득력이 있는 인물이 되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다시 말해 몸을 바꿨다는 설정으로 영화의 결말을 구성하면서 영화의 인물을 비전문가 내지는 관심없는 아빠로 만들어 버리는 인물구조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의 비약의 예로는 설경구는 어느 날 부검하게 시체가 나의 딸이라는 설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류승범이 10년동안 설경구를 복수의 대상으로 선택한 필연성에 비해 우연히 맡게 된 토막 시체는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이것도 나름대로의 복선이나 영화적 장치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설경구는 류승범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주변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고 보이며, 한혜진은 왜 마지막에 설경구가 머리에 총 겨눈 후에 말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살리지 않는 점, 강우석이 제작해서 그런지 왜 경찰은 언제나 맨 뒤에 도착하는지도 미스테리한 일입니다.

 저는 영화를 볼때, 새로운 영화의 경우에는 사전 지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기대와 사전 지식이 많으면 (일례로 김명민과 하지원의 내사랑 내곁에 같이 배우의 연기력에만 촛점이 맞춰진 경우) 그것에 사로 잡혀 영화 전체의 네러티브를 보는 재미를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없다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기대와 사전 지식 없이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만,  본 소감을 말하자면 ‘재미가 없지는 않으나 조금 뭔가 허전한 영화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