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떠도는 전쟁의 기운

지금 한반도 주변이 돌아가는 걸 보면 다음과 같은 추론이 가능하다.

1)미국이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줄기차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통킹만 사건 등에서 보듯이 상대방이 공격하도록 한 뒤 반격이라는 형태로 전쟁을 개시하는 것을 좋아한다.(미국이 나쁘고 북한이 잘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지만)

2)일본은 본격적으로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예전부터의 추세적인 것이지만, 미국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미국의 동의가 없으면 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밀어부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이상적인 이해란, 6.25에서 보듯이 (적절한 정도의) 한민족 내전 상황이다.

3)중국의 동북공정이 노골화되고 있다. 남북통일 후 1)친미적인 남한 주도 정부가 들어서느냐 2)친중적인 북한(실제로는 중국) 주도 정부가 들어서느냐 3)북한 지역이 완전히 중국에 넘어가느냐 하는 것들은 일본-한국-중국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일본 역시 최소한 2)를 막으려 할 것이고, 가능한 3)을 원할 것이다.(1의 경우는 한국이 강성해질 수 있으므로 내심 꺼릴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볼 때, 최소한 단기적이지는 않더라도 한반도의 국지전 이상 내전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노무현 정부가 지지기반의 반발을 무릅쓰고 FTA를 체결하고자 하는 것도 미국과 경제적으로 예속관계가 되더라도 전쟁만은 일으키지 않으려는, 나름의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나는 FTA에 반대한다)

남한과 중국, 일본, 미국이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므로 심각한 수준의 전면전은 모두가 피하려 하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국지전이 벌어질 상황은 무르익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족이지만 내가 보기엔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땅을 차지하겠다는 것보다는 통일한국과 조선족이 가까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소수민족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꽤 공을 들여 조선족을 중국화하는데 애를 써왔다. 백두산과 고구려는 영토적인 의미라기보다는 韓族이 그것을 구심점으로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손바닥만한 북한 땅덩이가 그렇게 필요하겠는가?(물론 그런 의도도 있겠지만)

역사학자들에게 책임을 넘기려는 것은 너무 좁은 시야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누가 옳은가를 따지지 않는다. 항상 한심하다 못해 허탈하게 해주시는 정치인들과 사회지도층이 국가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동북공정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행정부 전체와 국회 전체에 있다. 지금이라도 전략적이이고 노련하게 동북공정에 대응해야 할텐데… 한숨만 나온다.

어쨌든 우리 입장에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전면전을 막아야 하며, 국지전 또한 가급적 막아야 한다. 문제는 우리는 패도 부족하고 선택폭도 좁은데, 중국이나 미국, 일본은 꽃놀이패 또는 강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싸울 때는 지는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 지금 현재로서는 남한과 북한 모두가 불리한 포지션에 있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