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진보는 진보가 아니라 유사종교

법조계 내부의 진보성향 판사들의 파격적(본인들은 정상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판결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나는 굳이 그들이 내린 판결의 구체적인 디테일에까지는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다만 법조인인 그들에 대해 나의 본업인 정치 사상적인 강의를 하나 해 주고 싶다. 강의의 전제로, 나는 그들 수강자(受講者)를 교수로서의 선의(善意)와 애정으로 대하려 한다는 것을 분명히 전제하려 한다.
 
 진보와 개혁은 좋은 것이다. 법 운영은 진보냐, 개혁이냐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특정한 판사가 진보와 개혁을 좋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오히려 계속 진보와 개혁의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다만 문제는 있다. 그 진보라는 것이 어떤 진보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들의 운동권 선배들은 “8.15 후 미군의 한국 진주(進駐), 군정청 설치, 이승만 지지, 유엔감시하의 남한만의 선거, 대한민국헌법 제정, 대한민국 건국-등등은 모두 불문곡직 보수반동-반(反)통일-반(反)진보라고 가르쳤을 것이다. 반면에, 좌우합작, 남북협상, ‘민주주의 민족통일전선’ ‘민족-민주-민중’ 운운은 불문곡직 진보라고 말해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십중팔구 대한민국은 친일적 반동세력이 만든 반(反)통일 집단, 북한은 숱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를 숙청한 민족적 에토스가 창출한 통일세력, 민족주의 세력이라고 간주할 개연성이 아주 눞다.
 
 그러나 이 오리엔테이션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1)진보에 대한 개념 定義가 잘못 되어 있다. 진보는 전체주의, 수령독재, 인권유린, 정치범 집단수용, 언론 탄압, 기본적 인권 억압, 요덕수용소, 언론 결사 집회의 자유 억압, 사법부 독립의 원천적 부재(不在), 신체 이동의 자유 억압…등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 그것은 히틀러 뺨 때린 스탈린의 반(反)진보였을 뿐이다.
 
 2)참다운 진보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 하에서 그 헌법이 허용하는 합헌 합법적, 의회주의적, 법치주의적 중도 좌파(독일 사회민주당 우파, 영국의 New labor 같은 것)적인 노선이이어야 한다.
 
 3)대한민국 헌법질서만이 민주적 진보의 위상을 허용한다. 김정일 스타일의 수령독재 하에서는 보수는 물론 진보도 성립할 수 없다. 이 점에서 올바른 진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고도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에 대한 진솔한 애정과 loyalty를 고백해야 한다.
 
 4)대한민국적 진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loyalty와 함께, 시장경제에 위해를 끼치지 않는 한 소외계층의 권익을 위해 최대한 기여해야 한다.
 
 5)그러면서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울타리 밖에서 그 어떤 반(反)대한민국적 전복활동을 꾀하는 극단분파는 전체주의적 극좌에 의한 민주주의 문명에 대한 파괴행위라는 점에서 데모크라시의 이름으로 단호히 배척해야 한다.
 
 이상의 일반원칙에 대해 찬성하거나 이의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젊은 판사들과 나는 얼마든지 무한논쟁을 할 용의가 있다. 논쟁에 임할 용의가 있는 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거듭 천명한다. 오시라, 젊은 판사들이여. 밤새도룩 토론할 용의가 있습니다. 당신들의 ‘진보’를 모독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386 선배들이 당신들에게 주입한 ‘사이비 진보’를 발가벗겨 보자는 것입니다. 386 진보는 진보가 아니라 유사종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