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엔을 거부한다”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양금석 할머니(78) 등 7명에게 64년 만에 후생연금 탈퇴수당 99엔(약 1280원)을 지급했다.  도쿄에서 시내버스(200엔)조차 탈 수 없는 금액이다. 그것도 양 할머니 등이 탈퇴수당을 신청한 지 11년 만에 일본사회보험청이 비로소 내놓은 것이다. 한 마디로 일본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한국민을 업신여긴 결과다. 우리는 양 할머니의 말대로 “99엔을 거부한다”고 외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그동안 임금, 예금, 연금 등을 받지 못한 강제노동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때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상으로 종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및 노동강요를 인정하고 뒤늦게나마 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후생연금을 지급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본이 64년이나 지난 지금, 이자는 고사하고 화폐가치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당시 금액으로 지급하는 바람에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세계의 경제대국이라고 자처하는 일본에서 연금 계산을 그렇게 하는지 묻고 싶다. 일본의 달력은 여전히 일제시대에 멈추어져 있는 듯하다.  양 할머니는 어제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 애들한테 온갖 수모를 당하며 일했는데 99엔이 웬 말이냐”며 “내 청춘을 돌려달라. 이 도둑놈아”라고 절규했다.  일본 나고야의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11개월 동안 일한 뒤 64년 만에 받은 보상이 고작 99엔이라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99엔이란 금액은 매우 상징적이다. 일본의 비뚤어진 역사의식과 편협성, 그리고 후안무치 심보가 99엔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지난 9월 ‘과거사 직시’를 약속하고 출범했을 때 우리는 많은 기대를 품었다. 식민 통치가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풀리지 못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하토야마 정권도 자민당 정권처럼 과거에서 한 발짝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한국민을 우롱했다. 몹시 실망스럽다. 하토야마 총리는 과거사 정리 없이는 진정한 한·일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공염불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도 할 일이 있다. 정부는 대일 청구권 협정을 핑계로 강제 징용·징병 피해자들의 보상 및 임금·예금 소송에서 전혀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사례는 또 발생할 수 있다.